꽃을 통해 잊어버린 감각을 깨우는 플로리스트 눈코
흔히 알던 꽃에 새로운 색상을 부여하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꽃의 모습을 통해 무뎌진 감각들을 자극하는 눈코NUNKO 작가와 코드먼츠가 만났다.
눈코NUNKO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그래픽 디자이너, 플로럴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프롭 스타일링과 같이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눈코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가?
그래픽 아트를 기반으로 꽃을 통해 아트 디렉션 및 플로럴 비주얼라이징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눈코NUNKO의 뜻은 무엇인가?
이전의 나는 뉴욕을 주 무대로 그래픽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작업을 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꽃을 다루는 또 다른 나의 아이덴티티를 기억하기 쉽고 잘 표현 할 수 있는 이름을 찾고자 했다.
나의 작업의 주요 매개체는 꽃이고, 꽃이 주는 자극은 ‘눈’과 ‘코’를 통해서 느낄 수 있기에 이름을 ‘눈코’라는 한국어로 지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의 자극’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에 코드먼츠와 협업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컨셉은 무엇인가?
나는 꽃이라는 존재가 가진 생명력에 큰 매력을 느낀다. 단순히 재료로써도 그렇고 생명력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서도 그렇다. ‘생명력’을 메인 아이디어로 현재 코드먼츠의 제품라인인 가방과 시계를 해석하고자 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코드먼츠의 제품들을 착용하는 사람들, 착용하게 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비주얼 작업을 만들고자 하였다. 꽃을 의인화해서 보여주면 눈코의 아이덴티티와 코드먼츠 브랜드의 스타일과 느낌에 대해서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플로럴 스타일링에서 색상의 대비(Contrast)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시각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다. 무언가 극적인 차이가 있으면, 각각이 무엇인지 더 잘 드러나게 된다. 색, 형태, 선 등 대비를 주면 각각의 존재감이 더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고유의 특성을 더 잘 드러내고,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는 특유의 긴장감을 좋아한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꽃을 만들기 위해 꽃에 염색하는 과정이 있다. 염색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염색 외에 또 어떤 방식이 있는가?
염색의 과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꽃이 담겨있는 물에 색소를 타서 염색하는 방법, 그리고 꽃 위에 색을 입히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물 염색을 더 좋아한다. 물이 식물의 관다발을 따라 한 줄기 줄기마다 색이 드러나는 표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식물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염색하는 방식을 응용하여 단색뿐 아니라 그라데이션 효과와 같이 다양한 색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단시간 촬영을 진행할 때에는 식물을 해체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방법과 흙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과 꺾인 꽃과의 조합도 시도하고 있다. 살아있는 식물이 주는 형태적 안정감과 꺾인 꽃의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조합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꽃에 새로운 색을 부여하는 전반의 작업은 뚜렷한 계획과 다양한 시도, 그리고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렬의 과정들은 장인과도 같은 집요한 정신과 태도가 요구될 것 같다. 작가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는가?
특별한 장인정신으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머릿속에 그린 것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의 집요함과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 완성도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장인 정신을 정의 할 수 있는 키워드는 겸손함, 끈기, 그리고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입하거나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고유의 특성이나 특징적인 형태를 끌어내기 위해선, 작품을 대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계속 무언가를 끈기 있게 도전하되 유연하게 시도 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작업에 대해 진정성과 순수한 태도를 갖고 창조 활동을 하는 행위이지 않을까?
눈코NUNKO 작가의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했으면 하는가? 보는 이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꽃은 작업의 대부분을 표현하는 주요한 수단이지만, 그 외에도 다른 오브제, 쥬얼리들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 서로 다른 카테고리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같다.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다양한 감각으로, 주로 시각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저 예쁘기만 한 꽃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세상 어디에도 없던 꽃을 만들어 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시각적인 대비를 통해 집중하면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떠한 대상을 접했을 때, 그냥 예쁜 것도 있지만, ‘좋아!’라고 느끼기도 하고, 혹은 ‘미치도록 좋아!’라고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뉘앙스를 경험할 수 있는 자극체를 만들고 싶다.